종로3가 맛집
영춘옥 |
70년 전통 곰탕맛집 |
이제 아침 저녁 바람에 차가워져 가을 옷을 주섬주섬 꺼낼 때입니다.
평소에 곰탕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쌀쌀한 바람 때문인지 따뜻한 국물의 '곰탕'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어느 곳을 갈까 고민하다, 수년 전에 맛집탐방을 좋아하던 친구를 따라서 간 곳, 종로3가 맛집 영춘옥이 떠올랐습니다.
한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어야 하는 그 친구였기에, 몇번이고 저는 어거지로 맛집을 찾아 가야만 했었죠..
그 땐 엄청 귀찮은 일이었는데, 그래도 그때쯔음 가본 맛집들이 아직도 많이 생각이 난답니다
지하철 종로 3가역 롯데시네마(구 피카디리) 쪽에 있는 골목으로 몇발자국 걸으면 '영춘옥'이 보입니다.
영춘옥은 해방 직후 1940년대에 종로통 골목에서 시작되어 70여년동안 운영중입니다. 정말 역사가 오래된 곳.. 전통의 노포입니다.
몇 주전에 가서 곰탕을 먹었었는데, 이 집 대표메뉴인 '따귀'가 먹고 싶어 다시 발걸음을 향한 곳입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좁습니다. 테이블 간격도 좁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많아서 북적이는 맛이 있습니다.
왠지 이 집의 수십년 단골로 보이는 머리가 흐낏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소주에 따귀를 안주삼아 애기를 나누시는 어르신들이 많아보였습니다.
카운터에는 머리가 희끗한 사장님 한 분이 계신데, 계속 보고있자니 종업원분들도 나이가 꽤 들어 보이십니다.
다들 몇십년동안 같이 일하신 것은 아닐까..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어림짐작을 해보았습니다.
종로3가 영춘옥의 대표메뉴는 소꼬리찜, 곰탕, 해장국이 유명합니다.
그리고 뼈다귀 일명 따귀로.. 불리는 것이 여기서 처음 보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메뉴를 시키는 것을 보아..
아주 인기만점 메뉴인 것같습니다. 특히, 안주로 ~!
테이블마다 놓인 깍두기와 겆절이.
테이블에 놓인 옹기에 가득 담겨져 있어 눈치 안보고 맘껏 먹었습니다. 깍두기가 무르지도, 김치가 짜지도 않고 아주 딱 좋았습니다.
꼬리곰탕 / 16,000원
대파가 통째로 들어있는 꼬리곰탕의 모습입니다. 진~하게 우린 육수의 맑은 육수가 보이시나요.
꼬리곰탕에 듬뿍 들어있는 '파'는 꼬리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더 담백함을 더합니다.
맨 처음 파에 가려져있어 꼬리곰탕이 얼마나 있는지 몰랐는데..
세면서 먹진 않았지만, 아~주 튼실한 꼬리들 세덩어리는 있었던 것같습니다.
고기는 뼈와 분리해서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데 질기지도 않고 딱 적당하게 야들야들합니다. 꼬리만의 쫀득+야들 식감은 어느 부위에서도 느낄수 없는 것같습니다.
힘도 불끈불끈 나구요.
고기를 뜯고 난 뒤에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었습니다. 고기를 먹었을 때는 몰랐는데.. 국물이 정말 진국입니다.
다른 것 필요없고 정말 딱 이 국물이면 겨울을 거뜬 지낼 수 있겠습니다.
대파가 듬뿍 들어가니 달큰하면서 고기의 고소한 맛이 더합니다.
영춘옥 곰탕 / 8,000원
송송 파가 올려져 있는 곰탕입니다. 꼬리곰탕과 다르게 일반 곰탕을 시키면 소면과 함께 나오는데, 소면을 곰탕에 넣어 먹으면 됩니다.
보통 곰탕집에 가면 소금간을 하는데, 이 곳은 간할 필요없이 바로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8천원 곰탕치고는 고기가 은근~ 많이 숨어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곰탕 하나면 정말 속이 따뜻+든든해진답니다.
그리고 두번째 가도록 만든 메뉴! 바로 영춘옥의 비밀병기 '따귀'입니다. 메뉴판에는 '뼈다귀'라고 적혀있는데.. 다들 '따귀'라고 하더군요
영춘옥 따귀 / 27,000원
따귀가 무엇인지 자세히 보니.. 정말 뼈다귀입니다. 살점이 붙어있는 뼈.다.귀
언뜻보기에는 좀 지저분하지만, 뚝배기에 가득 담겨져 있는 모습이 아주 푸짐해보입니다.
이 따귀를 앞에 두고 옆 테이블 어른들은 술잔을 기울입니다만, 저는 그냥 식사대용으로 고기를 뜯었습니다. 뼈다귀는 해장국과 함께 나오는데, 해장국도 진~한 육수의 곰탕의 맛에 야채를 더해 기름기가 적고 더 향긋했습니다.
각기 모양이 다른 따귀들. 생각보다도 살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꼬리곰탕의 살도 그렇고.. 곰탕의 살점과 마찬가지로 뼈다귀는 한점씩 들고 살을 분리해서 간장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혹시나.. 고기냄새가 많이 나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고기의 잡냄새가 전혀 없고, 오래 삶아서인지 살과 뼈가 어렵지 않게 잘 발려지고 정말 부드럽습니다. 한번 먹으면 멈출수 없어요.
뼈다귀 한점한점은 크진 않지만, 산더미같은 따귀들을 거의다 먹을 때면 상당히 배가 부릅니다~
비록.. 저는 술을 하진 않았지만, 어르신들은 왜 이 음식을 안주로 찾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해장국도 있으니.. 술안주로는 금상첨화인 것이죠. 두세명이면 따귀 하나가 안주로 딱 적당할 듯 합니다.
참고로.. 따귀는 오후 3시부터 판매해서 재료 소진시까지 판매한다고 하니 저녁에 가면.. 따귀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이 집이 생각날 것같습니다.
진국의 꼬리곰탕과 곰탕
그리고 이 곳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따귀..
맛과 영양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전 이날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오래된 친구와도 좋고,
가족들과도 좋고..
특히, 추운 겨울 술한잔 기울이기 좋은 곳.
꼭 종로 3가 영춘옥 들려서 70년 전통의 맛을 한번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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